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2010년 설립된 이후 14년간 적자를 버티며 연간 1조원대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지만, 3370만명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이로 인한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 등 각종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 아니라 국내 사업을 둘러싼 회사의 각종 논란에도 모습을 드러내거나 메시지를 내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소비자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인 무책임이 초래한 인재"라며 "쿠팡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플랫폼 안에 소비자를 가둬두는 데만 몰두하고 국민의 개인정보까지 이윤의 부산물로 취급하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효적 보상안도 제출하지 않고,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규제 감시를 회피해 왔다"며 "이 같은 행태를 근절하고 국민 앞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김범석 의장은 소비자에게 사죄하고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면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 보호와 배상 대책을 수립하라"고 덧붙였다.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한 쿠팡은 2014년부터 10년간 로켓배송으로 불리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6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뒤 매년 두 배가량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21년에는 매출 2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연 매출 4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국내 쇼핑 시장을 주도했던 롯데쇼핑(13조9866억원)이나 신세계그룹(35조5913억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마저 추월하며 압도적인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병행하며 누적됐던 적자도 2023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지난해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은 6023억원, 한국 법인의 영업이익은 1조6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이처럼 고속 성장을 이뤄낸 원동력은 회사가 지향하는 기술 우위 전략이다. 쿠팡은 "커머스의 미래를 만드는 힘은 '고객 중심, 데이터 기반 혁신, 문제 집중과 빠른 해결'이라는 엔지니어링 문화에 있다"고 주창해왔다. 그러나 조직 운영에서는 숱한 논란을 야기했다. 산업재해와 사망 사고가 반복되면서 근로자 처우 개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소상공인에 대한 입점 수수료와 정산 주기 문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문제 등 다양한 이슈로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복수 상임위에 불려갔다.
현재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갑질'로부터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논의 중이고, 쿠팡의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은 상설 특검으로 이어졌다. 이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지난 1월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해 쿠팡 측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지난 4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 문제였다.

각종 논란에도 창업주인 김 의장은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경영이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국적인 그는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 불참했고,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에서도 빠졌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그동안 빠른 성장을 하고,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 비해 체계적인 조직 문화나 시스템 등을 갖추는데 미흡한 면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보답을 약속하고, 기술뿐 아니라 인력이나 교육 사회적 책임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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